범저, 채택 열전
- 멋있다 ㅋㅋ 진나라의 전국시대 통일의 기틀을 닦은 진나라의 재상들 이야기이다. 두 사람 모두 진나라 사람이 아니다. 인재등용에 있어서 개방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 범저는 젊은 시절 모시던 수고로부터 모함을 당하고, 위제로부터 고문을 받는데, 진나라 재상이 되어 그 둘 모두에게 복수한다.ㄷㄷㄷ;;

"범저는 자기 집 재물을 풀어 예전에 곤궁할 때 은혜를 베풀어 준 자들에게 하나하나 보답했다. 단 한 끼 식사라도 대접해준 자에게는 반드시 이를 갚고, 눈을 한 번 흘길 정도의 사소한 원한에도 반드시 보복했다."
ㄷㄷㄷ무서운 사람이다..

"옛말에 '해가 중천에 오르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이 차면 이지러진다.'라고 했습니다. 만물이 왕성해지면 쇠약해지는 것이 천지의 영원한 이치입니다.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 굽히고 펴는 것이 때에 따라 변하는 것은 성인의 영원한 도리입니다. ... 물총새, 따오기, 코뿔소, 코끼리는 그들이 사는 곳이 죽음의 위험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하늘에서 내려 준 수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잡혀 죽는 까닭은 미끼에 현혹되기 때문입니다. ..."
라고 채택은 범저에게 말하며, 재상직을 물러날 것을 권유하고, 본인이 재상직을 물려 받는다.

이치에 맞는 삶, 도리에 맞는 삶.
그리고 절정의 위치에서 다 내려놓을 수 있는 범저의 용기와 지혜, 결단력.

많은 영웅들의 끝이 비참한 것에 비하면, 범저, 장량 같은 사람들의 절정에서의 은퇴가 더욱 현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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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침이네? 하면 어느새 저녁이었고, 그간 기억할 만한 일은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저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을 많이 인용한다. 해당 구절 역시 소로의 말이다. "월든"을 구매하여 읽어봐야 하겠다.

"당신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위로부터 노력이 나오게 하고 그 노력이 소용있을지 어떨지는 개의치 않는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자아도취와 탐욕이 끼어들어 당신과 일의 관계 또는 일 그 자체를 왜곡시키게 돼, 설령 좋은 일이라 해도 잘못되거나 편향되거나 불순해져 결국 완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가 된다."

"늘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 입장에서 무위가 겁먹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무위를 행함으로써 오히려 일을 훨씬 더 많이, 훨씬 더 잘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무위란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둬 제 나름대로 펼쳐지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아하고 지혜롭고 힘들지 않은 노력이며, 평생 연마해야 하는 '행위자 없는 행위'이다."

"어떤 일이 억지로 억지로 일어나게 한다거나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당신 생각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하는 일 없이, 당신 삶에서 보다 많은 일들이 자연스레 펼쳐지도록 구하라."

이 세구절은 읽었을 때, "될 일은 된다"가 떠올랐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움직이는 지금 이 순간뿐이다. 순간을 살 가치가 있는 생생한 것으로 만들어라. 순간들이 사용되지도 못한 채 무심히 지나가게 하지 말라."

"명상은 ... 그보다는 오히려 모든 게 이미 완벽하며, 있는 그대로가 완벽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깨닫기 위해 수행을 한다."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그저 현재를 보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나름대로의 시간에 맞춰 저절로 펼쳐지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계절은 우리가 서두른다고 바뀌지 않는다. 봄이 오면 풀들은 절로 자란다. 서두르는 건 대개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래 봐야 때론 우리 자신에게 또 때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줄 뿐이다."

"조급함의 표면을 긁어 보면 그 밑에는 눈이 띄게 또는 은밀하게 분노가 숨어있다. 분노는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무슨 일이 생기든 다른 사람 탓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에너지이다."

모든 건 자연스레 이치에 맞게 일어난다. 욕망이 분노를 일으켜 초조함과 조급함을 만든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인내해야 한다.

"손에서 놓는다는 건 우리 자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들의 강력한 끌림에 투명해지고, 또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들에 무의식적으로 매달리게 만드는 생각에 투명해지기로 결심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우리만의 색안경을 끼고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좋게 또는 나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이 어떻게 뭔가에 매달려 꼼짝 못하게 되는지를 제대로 알고 받아들일 때, 또는 우리가 무의식중에 관찰자인 자신과 관찰 대상들 사이에 렌즈들을 끼워 넣어 스스로 시야를 필터링하고 물들이고 왜곡시키고 변형시키고 있다는 걸 제대로 인식할 때, 그럴 때 비로소 '손에서 놓기'가 가능해진다."

일상생활에서 욱할 때, 조급해질 때, 열등감이 폭발할 때, 당황할 때, 흥분할 때가 바로 그 때이다. 이 때 내가 무언가에 매달려 있는지 알 수 있고, 더 나아가게 되면 동일한 상황에서도 욱하거나 반응하지 않고 상황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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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공자 열전
- 전국 4공자 중 신릉군의 이야기이다. 문지기를 상석에 모시기 위해 마차를 몸소 끌고, 문지기가 푸줏간 백정친구를 보고 가자는 청도 다 들어주며, 결국 그는 "선비에게 몸을 낮출 줄 아는 장자"라는 평을 얻고, 더 많은 선비들을 모으게 된다.
유비가 생각났다. 상산옹을 업고 물을 건너고, 다시 되돌아가자는 상산옹에게 화내지 않고 다시 물을 건너면서, 화 내고 가버리면 이전에 베푼 친절까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릴까봐 그리하였다는 유비의 일화. 삼고초려도 유사하고.
인재, 날 위해 능력을 내어줄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진정 알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군대에 있으면 아버지가 돌아가고, 형과 동생이 함께 군대에 있으면 형이 돌아가라. 외아들로서 형제가 없는 자는 돌아가 부모를 모시도록 하라."
이런 리더가 있을까ㅜㅜ

"세상일에는 잊으면 안되는 것이 있고, 또 잊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남이 공자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공자께서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은덕은 잊으시기 바랍니다. 또 위나라 왕의 명령이라 속여 진비의 군사를 빼앗아 조나라를 구한 것은 조나라의 입장에서는 공을 세운 것이지만 위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틀림없이 충신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스스로 교만해져 공로가 있다고 하시니, 이는 공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이들을 얻기 위해 신릉군이 들인 노력은 얼마나 또 대단하거나, 이들이 충성한 그의 인간적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공자라는 그의 위치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는 진정 자신의 빈객들을 알아주는 유일한 주인이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날카로운 직언을 적극 수용할 수 있는 그의 배포. 엄청 거슬렸을텐데...멋있다.
맹상군 열전에 이어 이들 전국4공자는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이용하여 빈객을 등용하고, 또 정작 본인에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히 수용하고 있다. 그릇이 크다..라는 말이 맞겠다.

춘신군 열전
- 전국4공자 중 마지막.
"세상에는 생각지도 않던 복이 찾아올 수도 있고, 또 생각지도 않은 재앙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생각지도 못한 행복과 재앙이 찾아오는 세상에 살고 있고, 기대를 걸 수 없는 군주를 섬기고 계십니다. 어찌 재앙을 막아낼 수 있는 뜻밖의 인사를 구해 두지 않으십니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이다. 마치 예측불허의 지금 세상과 너무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춘신군은 이 조언을 듣지 않아 재상이 된지 25년차에 죽게 된다. 장기간의 영예가 그를 둔하게 만든 것일까. 훌륭한 빈객들이 있더라도 그들의 직언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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