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와 같은 이유로 작은 풀줄기든 큰 기둥이든, 추한 사람이든 서시든, 사물은 아무리 엉뚱하고 이상야릇한 것이라도, 도의 견지에서 보면 모두 통하여 하나가 된다. 나누어짐이 있으면 이루어짐도 있고, 이루어짐이 있으면 허물어짐도 있다. 모든 사물에는 본래 이루어짐과 허물어짐이 따로 없이 모두 통하는 하나이다. 오로지 높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만이 모두 통하는 하나를 깨닫고,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차별의) 범주 대신, (양쪽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것'에 머물 수 있다.

보편적인 것이란 쓸모 있음을 말한다. 쓸모있음이란 통함이고 통함이란 즐김이다. 즐김은 도에 가까움이다. 있는 그대로를 그렇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줄 모르는 것. 그것을 도라 한다.

 

'코스모스'의 '빅뱅'이 생각났다. 현재 지금의 우주, 그리고 지금의 지구, 지구상에 있는 모든 것은, 최초 고밀도의 작은 물질의 폭발인 '빅뱅'에서 시작하였으므로... 지금은 우리는 많은 모습으로 이 우주와 지구상에 존재하지만, 사실 빅뱅 직 후에는 우리는 그저 단 하나의 물질이었을 것이다.

 

13. ... 그러자 그 사람은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명목이나 실질에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원숭이들은 성을 내다가 기뻐했다.

 

아침에 셋, 저녁의 넷과 아침에 넷, 저녁의 셋...이 다른 것인가? 그렇지 않음에도 우리는 이 일화의 원숭이처럼 같은 것을 구분하려 하고, 그것에 일희일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본질을 보면 모두 같은 것, 단 하나에서 시작한 것이다.

 

14. 옛 사람들 중에는 지혜가 지극한 경지에 이른 이들이 있었다. 얼마나 깊은 경지에 이르렀을까? 아직 사물이 생겨나기 전의 상태를 아는 사람이 있었다. 이것은 지극하고 완전한 경지로 더이상 덧붙일 것이 없다. 그 다음은 사물이 생겨나긴 했으나 거기에 아직 경계가 없던 상태를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 다음은 사물에 구별은 있으나 아직 옳고 그름이 없던 상태를 아는 사람이 있었다.

 

이상적 인간이 도달한 세 가지 경지를 말하고 있다. 첫째, 모든 분별이 없던 절대초월, '없음'의 경지. 둘째, 사물은 존재하나, 경계가 없어서 '하나'의 상태인 '현존'의 경지. 셋째, 사물이 구분이 있으나 아직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은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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