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유가 말했습니다. "땅이 부는 퉁소 소리란 결국 여러 구멍에서 나는 소리군요.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는 대나무 퉁소에서 나는 소리인데,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란 무엇입니까?"
자기가 대답했습니다. "온갖 것에 바람을 모두 다르게 불어넣으니 제 특유한 소리를 내는 것이지. 모두 제 소리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 소리가 나게 하는 건 누구겠느냐?"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는 결국, 땅이 부는 퉁소 소리와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를 나게 해주는 땅의 구멍과 대나무의 구멍을 통과하는, 이 모든 공간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같은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가 땅의 구멍을 통과하여 "땅이 부는 퉁소 소리"가 되고, 대나무의 구멍을 통과하여 "사람이 부는 퉁소 소리"가 되듯이 모두 제각각의 소리같지만, 사실 그 근본에는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는 모든 소리들을 꿰뚫는 단 하나의 소리이면서도, 어떤 구멍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제각각의 소리만 들을 줄 알고, 그 바탕의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는 들을 줄 모른다. "나"를 덮고 있는 분별들을 떨쳐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될 때, "하늘이 부는 퉁소 소리"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4. 잠잘 때는 꿈으로 뒤숭숭하고, 깨어 있을 때는 감각기관이 일을 시작하고.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머릿속의 잡념들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온갖 잡다한 감정들을 말하고 있다.
5.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염려와 후회, 변덕과 고집, 아첨과 방자, 터놓음과 꾸밈. ... 우리 안에 밤낮으로 번갈아 나타나지만,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지.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여러가지 마음의 변화가) 나타나기에 우리가 삶을 유지하는 것. 이런 것들이 없으면 내가 있을 수 없고, 내가 없으면 이런 것들이 나타날 턱이 없지. 이야말로 진실에 가까운 것이나 이런 변화가 나타나게 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구나.
그러한 온갖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 것이 나인가? 그럼 나를 잃으면 그런 잡념들을 놓아버릴 수 있는 것이다. 호흡에 집중하며, 떠오르는 잡념에 대해 아무 감정을 가지지 말고 바라보라 하는 최근의 명상의 요점과 동일하다. 불교의 참선과도 유사하다.
6. 참주인이 분명히 있는데, 그 흔적을 잡을 수 없구나. 참주인이 작용하는 것은 믿을 만한데,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셈이지. ... 우리가 그 실체를 알든 모르든 그 참모습에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
참모습...좋고 나쁨, 더 필요하고 불필요하고의 분별이 들어가지 않고 그냥 존재하는 그대로가 참모습인 것이다. 모두 인연따라 순리에 따라 그리 존재하는 것이므로.
7. 어차피 돔도 쇠하고 마음도 그러게 되고 마니 정말 애처롭기 그지없는 일 아니겠느냐?
몸도 마음도 참주인이 아니다.
9. 도는 자질구레한 이룸(成)에 가리고, 참말은 현란한 말장난에 가리었다. 그리하여 유가와 묵가가 시비를 다투어, 한 쪽에서 옳다 하면 다른 쪽에서 그르다 하고, 한 쪽에서 그르다 하면 다른 쪽에서 옳다 하는 것이다. 이들이 그르다 하는 것을 옳다 하고, 이들이 옳다 하는 것을 그르다 하려면, 무엇보다도 (이들의 옳고 그름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밝음(明)이 있어야 한다.
모두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들처럼 자기가 만져 본 일방적인 부분적인 단견(短見)을 내세워 서로 분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편견, 분별에서 벗어나 코끼리를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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