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이것이 바로 '이것'과 '저것'이 서로를 생겨나게 한다는 '방생(方生)'이라는 것이지.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됨이 있기에 안 됨이 있고, 안 됨이 있기에 됨이 있다. 옳음이 있기에 그름이 있고, 그름이 있기에 옳음이 있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일방적 방법에 의지하지 않고, (전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하늘의 빛에 비추어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를 그렇다 함'이다.
(하늘의 빛에 비추어 보면) '이것'은 동시에 '저것'이고, '저것'은 동시에 이것'이다. 성인의 '저것'에는 옳고 그름이 동시에 있고, '이것'에도 옳고 그름이 동시에 있다. 그러면 '저것'과 '이것'은 따로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저것'과 '이것'이 상대적 대립관계를 넘어서서 없어지는 경지를 일컬어 '도의 지도리'라 한다. 지도리이기에 회전의 중심에서 무한한 변화에 대응한다. 옳음도 무한한 변화의 하나요, 그름도 무한한 변화의 하나. 그러므로 '무엇보다 (옳고 그름을 넘어서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밝음이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밝음', 도덕경에서 노자가 강조했듯이, 이분법적 사고, 편견에 대한 경계를 뜻하는 것 같다. 사물을 한쪽에서만 보는 편견을 버리고, 위에서 전체를 바라보면 동일한 하나의 사물이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두 개념은 같이 존재할 때에만 의미가 성립된다. '이것'은 '저것'이 없을 때는 의미가 없으며, '이것'이란 말은 반드시 '저것'이란 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이것'이라는 말 속에는 '저것'이라는 말이 이미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죽음과 삶, 옮고 그름, 그리고 도덕경에서 노자가 말한 선악, 미추, 고저, 장단 같은...언뜻 보면 대립하고, 서로 모순되는 개념들이 결국은 상반되고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태극처럼, 서로 다른 거처럼 보이는 백과 흑이 빙글빙글 돌며 서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가 존재할 때에만 다른 하나도 존재가 가능하며, 두 개의 개념은 언제든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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