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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은 봄에 씨 뿌리고 여름에 김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이웃사람이 곡식을 나눠달라고 찾아오면 망설이지 않고 내줍니다. 보살은 이 세상 모든 존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누구든 필요한 사람이 쓰는 게 당연하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세상 만물이 다 그것으로 숨을 쉬며 살아가고, 태양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세상 만물이 다 그 온기에 의지해서 살아갑니다.

또 보살의 농사는 수확에만 매달리지 않습니다. 수확만 바라보는 사람은 수확에 이르는 과정이 참아내야 할 인고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보살은 농사짓는 그 과정이 모두 즐거움이므로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거둬들인 수확은 이미 삶의 즐거움을 누리고 남은 찌꺼기일 뿐입니다. 그러니 누가 필요하다고 하면 기꺼이 나눠줍니다.

인생도 등산과 같습니다. 좋은 것도 내 인생이고 나쁜 것도 내 인생입니다. 바라는 대로 되는 것도 내 인생이고,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것도 내 인생입니다. 그처럼 나의 모든 시간이 소중한 내 인생의 일부임을 알고, 순간순간 기쁨을 누리며 사는 지혜가 나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생각났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였고, '인간의 삶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큰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다. 실제로 그의 삶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저 받아들이며 나아갈 뿐이었다.

 

갓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엄마의 마음도 보살의 마음과 같습니다. 바라는 마음 없이 베푸는 보살의 마음입니다. 엄마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을 냅니다. 그 마음을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닙니다. 이렇듯 엄마가 보살의 마음을 가지는 이유는 아이와 엄마가 본래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고 네가 나인 두 사람 사이에는 내가 너를 보살핀다고 생색내는 마음, 내 공덕을 알아달라는 마음이 자리 잡을 여지가 없습니다. 이렇게 일체중생이 다 한몸인 줄 알면 복을 짓고도 받을 복이 없는 보살의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게 됩니다.

 

도덕경 역시, 만물이 보이지 않는 道에서 시작되었고, 道로 이어진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는 다 이어져있다. 우리는 본래 하나다. 라는 말을 많은 책에서 보아 왔는데, 가장 와닿는 비유다. 엄마와 아기. 본래 하나이기때문에, 무주상보시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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