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괴로움과 번뇌는 내 욕구대로 세상이 움직이길 바라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되고, 내 생각에 갇혀 분별을 일삼는 데서 일어납니다. 옳으니 그르니, 잘했으니 잘못했느니 하는 시비 분별을 떠나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안목이 지혜의 눈입니다. 혜안이 열려 세상의 참모습을 보는 보아야 마음의 갈등이 사라지고, 가족과의 갈등이 사라지고, 이웃과의 갈등이 사라지고, 모든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불안佛眼이란 일체가 여여함을 깨친 안목입니다. 불안이 열린 붓다는 주객을 완전히 떠난 경지이므로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 깨닫고 깨닫지 못한 것, 법과 법 아닌 것 등등 모든 구별과 대립이 없습니다. 주객이 완전히 끊어져 오고 감이 없고 주고받음이 없으니 그야말로 일체가 다 같음을 보는 경지입니다.

과거는 내 생각 속에 있을 뿐이며 지금 이 순간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과거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한 과거는 나를 손톱만큼도 괴롭힐 수 없습니다. 내가 그때의 괴로움을 돌이켜 기억해 내서 다시금 괴로운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실현되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도 없는 미래를 가지고 근심 걱정을 하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재입니다. 지나간 과거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지금 이 순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눈팔 틈 없이 집중해야 하는 시간은 미래도 과거도 아닌 바로 현재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현재를 놓치며 삽니다. 과거를 생각하다 현재를 놓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또 현재를 놓칩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에게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현재란 없습니다. 그런 삶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지금 이 시간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면 현재가 쌓여 미래가 되어가는 이치를 꿰뚫어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마음에는 본질적 실체가 있을까요? 지금 일어나는 괴로움과 직면해서 그 본질을 찾아나가다 보면 거기에도 또한 아무런 실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재의 마음도 하나의 허망한 움직임일 뿐입니다.

마음은 매순간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이것이 마음이다'하고 내놓을 만한 실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사실 내 속에서 순간순간 일어나는 분별을 일컫는 다른 이름입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두렵다, 슬프다, 외롭다하는 갖가지 괴로움은 스스로가 만든 번뇌일 뿐입니다. 일체유심조. 이 모든 게 다 내 마음이 지어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정작 중요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현재조차도 사실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마음의 분별일 뿐. 모든 것이 구별과 대립없이 하나임을 알면 분별없이, 거침없이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