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9/15 출장
14.
우리는 순간순간 상에 사로잡혀 삽니다. 지금 내가 상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이 있지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꿈속을 헤메게 됩니다. 상에 사로잡힌 사람은 머리에 큰 바가지를 뒤집어쓴 채로 사는 사람입니다. 바가지가 눈을 가린 탓에 앞이 보이지 않으니 늘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디질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러나 내 바가지를 벗으면 나는 더 이상 누구와도 부딪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살다보면, 특히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것저것 아주 작은 것까지 다 신경쓰고 조심해야된다는 사실에, '이렇게까지 소심하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주로 눈치봐야하는 상황에서 부자유를 느끼는 것 같다. 그럴 때면 얼마나 "큰사람"이 되어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장자가 말하는 "대붕"의 날개짓을 느껴보고 싶다. 도덕경에서 노자는 순리에 따를 때 모든 것에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하였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상에서 벗어나면 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들을 피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상을 잃게 되면 상대의 어떠한 언행에도 나는 분별을 내지 않고, 흘려보내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화가나면 참지 못하고 그대로 화를 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고통이 되어 되돌아옵니다. 그러니 화를 참는 것이 너와 나 모두를 위해 현명한 일이고 그것이 수행의 첫 단계입니다. 하지만 화가 나는데도 무조건 참기만 하면 화가 쌓여 도리어 병이 됩니다. 치솟는 화를 꾹꾹 눌러 참으면 언젠가는 폭발하거나 아니면 울화병이 납니다. 수행자는 문제를 피하거나 묻어두지 않고 끝까지 풀어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참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행복해질 수 없고 그것은 수행의 목적이 아닙니다. 여기서 수행의 두번째 단계가 시작됩니다. 화가 날 때 화를 내거나 마음속에 그대로 쌓아두는 게 아니라 대자대비 부처님께 하소연해서 푸는 방법입니다. 기도를 하는 절실함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지고한 평화와 행복에 이르려면 화 자체가 생겨나지 않아야 합니다. 화가 나는 마음의 근본은 살펴보면 거기에는 반드시 '나다!'하는 아상이 버티고 있습니다. 무슨 일로든 화가 잔뜩 났을 때의 자신을 돌이켜보면 그때의 내 마음은 '내가 옳다' 상대가 잘못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여의면 더이상 아무것도 참을 것이 없습니다.
중생은 매사를 자기 식으로 자기 입장에서 바라봅니다. 이렇게 세상 사람 각자가 자기 관점을 고집하다 보니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내 고집과 내 생각에 갇힌 채로 세상을 보고 있었음을 깨우쳐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은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하는 이해와 참회의 마음이 일어납니다.
내가 옳다는 상을 내려 놓으면 상대의 생각과 입장이 눈에 들어오고, 상대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면 그것이 바로 상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나에게는 내 입장이 있듯이 상대에게는 상대의 입장이 있다는 그 사실만이 유일한 객관입니다.
나에게는 내 입장이 있듯이 상대에게는 상대의 입장이 있다는 그 사실만이 유일한 객관입니다.
정말...고개가 절로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거침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여기 있는데...이 간단한 진리를 삶에 적용시키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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