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 남성이라면, 초중고 때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만화게임을 안해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 자기들끼리 "난 유비야", "내가 유비야", "여포가 제일 쎄", "아냐, 관우가 더 쎄", "제갈공명이 제일 똑똑해", "아니야, 곽가가 살아 있었다면, 제갈공명은 상대도 안 됐을거야" 이런 끝이 없는 논쟁을 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진짜 한번도 유비, 관우, 장비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ㅋㅋㅋ

삼국지도 게임으로 먼저 배워서, 삼국지 무장쟁패1조자룡을 가장 좋아하였었다.

 

그리고는 이문열 삼국지를 접하였다. 그래서 그런가?ㅋㅋ 나는 조조가 가장 좋다. 실제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였으므로.

 

그런데, 삼국을 실제로 통일한 사람은 유비, 조조, 손권 중 누구일까? 이 셋 중 누구도 아닌 사마의손자 사마염이 통일을 한다.

 

그런 사마의는 누구일까? 바로 조조의 부하로 있었으며, 삼국지 주인공들의 죽음 이후, 제갈공명의 유일한 라이벌로 경쟁을 펼친 사람이다. 삼국지 소설에서는 제갈공명에 비해 대등하지는 않고, 다만 밀리지 않는 정도(?)라 할까?

 

이 책은 그러한 사마의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책이다.

 

사마의는 삼국지의 많은 인물들과 달리 전쟁에서 승리하여 영웅이 되려하거나, 난세를 종결시키겠다는 대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기도 좋아하지 않았고, 조조가 등용하기 위해 몇 번을 불렀으나, 병을 핑계로 나아가지 않았다. 당시 인재들이 너도나도 조조, 유비, 손권 등의 세력에 가담하기 위해 애썼던 걸 생각해볼 때 특이하다. 또한 그는 등용된 이후에도 순욱, 순유, 정욱, 가후 등 조조의 걸출한 책사들에 비해 전혀 활약이 없고, 두드러진 계책을 낸 적도 없다. 그야말로 존재감 무!

 

저자는 이러한 사마의를 최적주의라고 해석한다. 공을 세워봤자, 주변의 견제만 받을 테고, 책임만 늘어나고, 자신의 안위와 가족의 보존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삼국지의 후반에 제갈공명에게 이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이기지 않은 것이라 해석한다. 제갈공명 처럼 촉의 전권을 가지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며, 위나라의 신하로서 조씨 가문의 견제와 개국공신들의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제갈공명이 사라지게 된다면 본인의 존재가치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마의는 제갈공명을 이기지 않고 위나라의 위협으로 남겨둠으로써 사마의 자신도 자신의 지위를 보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위나라 안에서 본인의 위상을 높여가고, 결국은 손자대에 이르러 위나라를 진나라로 바꾸고 삼국을 통일하는 기틀을 다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마의를 보며, 정판교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시를 소개한다.

 

총명해 보이는 것도 어렵지만 바보처럼 보이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 총명한 자가 바보처럼 보이기는 얼마나 어렵겠는가.

총명함을 내려놓고 일 보 뒤로 물러나라.

하는 일마다 마음이 편할 것이다.

그러면 바라지 않아도 복이 올 터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사마의는 천재들 속에서 자신의 역량이 지닌 한계를 느끼며 항상 조심하면서 행동하는 데 훈련이 되었다고 보면 지나칠까.

 

나 또한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와, 똑똑한, 일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내가 이 안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서, 왠지 와닿는 문구였다.

 

그리고 책 안에는 재밌는 비유가 있다. 삼국지연의 전에 전상삼국지평화(全相三國志評話)라는 삼국지 관련 소설이 있었는데, 이 소설은 삼국지의 내용을 꿈속에 나타난 재판형식을 빌려서 이야기한다. 초한지와 내용을 연결하여, 하이브리드(?)라고 할까?ㅋㅋ 재판에서 원고는 한신, 팽월, 영포이고, 피고는 한고조 유방과 여후, 그리고 사마중상이라는 인물이 재판을 주재한다. 즉 초한지에서 토사구팽을 당한 세 장군이 원고이고, 그들을 토사구팽한 유방과 여후가 피고인 것이다. 그리고 각각 죗값에 따라 환생하는데, 한신은 조조로, 팽월은 유비로, 영포는 손권으로, 유방은 헌제로, 여후는 헌제의 정실부인 복황후로, 그리고 사마중상은 재판을 잘 마무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마의로 환생한다.ㅋㅋㅋ

 

대단한 상상력이다ㅋㅋㅋ그러면서도 정말 공감이 간다. 한신의 죽음은 정말 얼마나 안타까우며, 통일 이후 한고조 유방은 얼마나 무책임하고, 여후는 얼마나 극악무도했던가. 상상만으로도 통쾌하다. 한신이 조조로 환생하여, 유방의 후손인 헌제를 몰아내고 위나라를 세운다니... 그리고 저자는 여기서 이 재판을 주재한 사마중상이 공로를 인정받아 사마의로 환생한 것에 주목한다. 공로를 인정받았기에, 결국 삼국을 통일한 최후의 승자사마의로 환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쨋든 재밌게 읽었다.^^

 

최근 사마의를 주인공으로 한 중드 "사마의 : 미완의 책사"가 재미있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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