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금강경에 그려진 부처님의 행색은 마치 거지에 불과합니다. 다 떨어진 옷을 입은 채 발우 한 개 들고 이 집 저 집 밥을 동냥하는 부처님, 제자들과 함께 얻어 온 밥을 나눠 먹는 부처님, 식사를 마치고는 손수 가사와 발우를 정리하는 부처님. 이렇게 부처님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에서 싯다르타가 "고타마"를 처음 보았을 때 묘사한 구절이 생각났다. 공양을 얻기 위해 수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걸어가는 평범한 모습이었는데, 싯다르타는 그 모습안에서 그분이 "고타마"임을 한번에 알아챘다. 부처님께서 이러한 지극한 평범한 속에서 깨달은 자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평범 속에서 부처님께서 말하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순간순간 바뀌는 마음의 변화는 모두 눈, 귀, 코, 혀, 몸, 뜻의 육근이 경계에 따라 일어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코로 맡는 냄새, 입으로 느끼는 맛, 손으로 느끼는 감촉, 머리에 일으키는 생각에 따라 순간순간 좋고 싫음을 구분합니다.

보리심을 일으키기 위해선 매순간 변하는 감각에 의지한 좋고싫음에 대한 구분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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