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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앞뒤의 광고문구가 현란하다. 청각장애의 한국소녀가 장애를 극복하고 한국어,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4개국어를 마스터한 후 모든 상경계열 구직자들의 꿈의 직장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하여 일하고, 현재는 크레디트스위스에서 법무심사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 잠깐 잠이 들어 한 시간정도 잤더니 밤에 잠이 안와, 이 책을 다 읽고 잤다.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가 없는 일반인들도 해내기 어려운 대단한 일들을 해낸 한국판(사실, 거의 일본판) 헬렌 켈러로 비유되는 스토리이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요인으로 부딪쳐봐라(배짱), 즐겨라(여유), 하면 된다(기백) 등 3가지 신념과 대화, 상상력, 다정함 등의 3가지 습관을 꼽는다.

그리고 그녀의 힘겨운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모님의 이혼, 부모님에게서 분리되어 여기저기 맡겨진 삶을 살고, 청각에 장애가 생기게 되고, 일본으로 넘어가서도 다른 가정집에 얹혀 살다, 술집을 운영하는 친엄마와 다시 살기까지... 그녀는 계속 여기저기 맡겨지고 떠돌아다니게 될 뿐, 한번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 적이 없다. 그러다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스스로 삶을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영국유학을 떠난 것이다. 귀국 후 그녀는 유명한 제지업체에 취직을 하지만, 다시 우울증에 직면한다. 장애를 극복한 멋진 비즈니스 라이프를 영위하지만, 사실 그녀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때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마주 보고, 내가 무엇을 원하며,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냈어야 했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없는가? 왜 할 수 없는가? 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이것이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도 앞으로 내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 채 보통 사람들처럼 살려고 노력하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여행을 떠난다. 3년에 걸쳐 30개국을 여행하고, 귀국 후 골드만삭스에 입사한다. 골드만삭스는 학벌보다는 그녀의 경험과 장애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그녀를 특별하게 보고 채용한 것 같다.

그녀는 스스로도 청각장애가 있어서 이러한 감사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청각 장애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주었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왜 문제인가,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자신을 안 다음 단계가 다른 사람과의 대화이다. ...
이 때 내가 요구하는 바를 명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면 상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하는 대화는 나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 당장은 일이 해결되더라도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다. 상대가 자란 환경, 교육, 국적, 종교 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반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상대에게 이해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상상을 해본 후 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청각 장애가 오히려 그녀로 하여금 상대방의 의사를 더 잘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사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게 하였고, 이것이 그녀의 강점이 되었던 것이다.

주로 어린 시절의 고난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외국어 학습법 및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입사의 과정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정상의 귀를 가지고 있는 나는 오히려 더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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