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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먼저 마음을 하나로 모으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다음엔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귀는 고작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고작 사물을 인식할 뿐이지만 기(氣)는 텅 비어서 무엇이든 받아들이려 기다린다. 도(道)는 오로지 빈(虛) 곳에만 있는 것. 이렇게 비움이 곧 '마음의 재(心齋)'니라. ...

 

정치참여를 하고자 하는 안회는 공자에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려 달라 하고, 공자는 목욕재계할 때처럼 의식으로 "재齋"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재齋는 단순한 재가 아닌, "마음의 굶김 心齋"라 가르쳐준다.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대상을 인지할 뿐이지만, 기氣는 텅 비어 모든 것을 수용하니 이렇게 텅 빈 기氣로 사물을 대하면 그 빈 곳에 도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가 들어오도록 마음을 굶기는 것이 '심재'이다. 귀, 마음 등 우리의 감각을 초월하여 도道와 하나가 되라는 것이다.

 

13. ... 심재(心齋)를 실천하여 제 자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 이것을 비움(虛)이라 하는 것입니까? ...

 

심재心齋를 하면 일상적 의식 속에 존재하던 '작은 나'가 사라지고, 새로운 '큰 나'가 탄생한다. '큰 나'는 명예나 실리에 초연하게 되어, 거리낌, 걸림이 없게 된다.

 

14. 걷지 않고 자취를 안 남기기는 쉽지만, 걸으면서 자취를 안 남기기는 어려운 일. 사람을 위해 일할 때는 속이기 쉬우나, 하늘을 위해 일할 때는 속이기 어려운 일. 날개로 난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날개없이 난다는 말은 못 들었을 것이다. 앎이 있어 안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앎이 없이 안다는 말은 못 들었을 것이다. ...

 

심재心齋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고요 속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특히 몸은 가만히 있으나, 마음이 쏘다니는 상태를 좌치(坐馳)라 하며 경계하고 있다.

 

15. 귀와 눈을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이나 앎을 밖으로 하라. 그러면 비상한 힘도 들어와 머물 것이니, 사람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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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인간세(人間世)를 시작한다.

 

인간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4편이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도교의 은둔주의나 도피주의가 아닌 적극적인 사회, 정치참여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1. 안회가 공자에게 여행을 허락해 달라고 했습니다.

...

"저는 선생님께서 '잘 다스리는 나라를 떠나 어지러운 나라로 가라, 의원 집 문앞에는 병자가 많은 법'이라 하신 말씀에 따라, 위나라의 병을 고칠 길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읭? 공자와 그가 가장 아꼈다는 제자 안회의 대화가 등장한다. 장자는 공자와 안회의 대화를 통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안회의 질문에 공자가 대답한다.

 

2. ... 자기 하나 확실히 갖추지 못하고서 어떻게 포악한 자의 행위에 간여할 수 있겠느냐?

 

3. ... 덕은 이름을 내려는 데서 녹아 없어지고, 못된 앎은 서로 겨룸에서 생긴다. ...

 

4. ... 억지로 인의니 법도니 하는 것을 포악한 사람 앞에서 늘어놓는 것은 남의 못됨을 이용하여 자기 잘남을 드러내려 하는 것. 이를 일러 '남을 해치는 것'이라 한다. 남을 해치면 자신도 반드시 해침을 받는 법. 남들이 너를 해칠까 걱정이구나.

 

5. ... 이것은 불로 불을 끄고, 물로 물을 막으려는 것. 이를 일러 '군더더기'라 하지. ...

 

6. ... 그 사람들의 훌륭한 인격이 오히려 임금에게 그들을 제거시키도록 하는 빌미를 준 셈이 되고 말았다. ... 명예와 실리의 추구는 성인도 물리칠 수 없는데 네가 어찌 물리치겠느냐. 그러나 너에게도 까닭이 있을 터이니 어디 한번 말해 보아라.

 

유가(儒家)에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하였다. 그러나 공자는 안회가 아직 수신의 경지를 이루지 못하였으니, 치국은 섣부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안회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날린다.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고, 위나라로 가려는 것이 진정 그 나라 백성을 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안회 자신의 명예와 실리를 위한 것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결국 정치를 하고자 하는 아직 풋내기인 제자에게 아무리 애민정신이니, 파탄에 빠진 국가를 위해서라느니 하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조금이라도 자기의 이기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를 냉철히 살펴 보고, 조금이라도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일은 본인에게나 주변 사람들, 나아가 백성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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