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포정이라는 훌륭한 요리사가 문혜군을 위하여 소를 잡았습니다.
손을 갖다 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발을 디디고, 무릎을 굽히고. 그 소리는 설컹설컹. 칼 쓰는 대로 설뚝설뚝. 완벽한 음률. 무곡 「뽕나무 숲」에 맞춰 춤추는 것 같고, 악장 「다스리는 우두머리」에 맞춰 율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4.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소뿐이었습니다. 삼년이 지나자 통째인 소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신神으로 대할 뿐,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감각기관은 쉬고, 신神이 원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하늘이 낸 결을 따라 큰 틈바귀에 칼을 밀어 넣고, 큰 구멍에 칼을 댑니다. 이렇게 정말 본래의 모습에 따를 뿐, 아직 인대나 건을 베어 본 일이 없습니다. 큰 뼈야 말할 나위도 없지 않겠습니까?
5. 보통의 요리사는 달마다 칼을 바꿉니다.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19년 동안 이 칼로 소를 수천마리나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 칼날을 이제 막 숫돌에 갈려 나온 것 같습니다. 소의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이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없는 칼날이 틈이 있는 뼈마디로 들어가니 텅 빈 것처럼 넓어, 칼이 마음대로 놀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포정이라는 요리사의 훌륭한 소 잡는 솜씨를 묘사한 부분이다. 소라는 큰 고기를 잡는데, 그의 묘사는 마치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그저 춤추는 것 같으며, 칼 역시 19년이 지나도 새 것과 다름없다. 그는 억지로 힘을 써서 단단한 뼈를 자르는 것이 아니고, 소의 자연상태를 받아들이고, 연한부위로만 칼을 움직이는 것이다. 억지와 무력이 없으니, 칼도 그저 물처럼 흘러가서, 19년이 지나도 새것과 같을 뿐.
포정은 이 경지에 이르기까지 세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눈에 소밖에 안보이던 단계, 다음에는 소가 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단계, 나중에는 소를 눈으로 보지 않고 신神으로 대하는 단계이다. 처음에는 소가 당장 처리해야할 소로만 보인다. 점차 실력이 늘면 소는 더 이상 소가 아니라 각 신체부위 등 마치 소 해부그림처러 보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소와 칼이 모두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내가 움직이는 것인지, 칼이 미끄러지는 것인지, 소가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바로 비이분법적 상태, '함이 없는 함(無爲之爲)의 경지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왕이 천하디 천한 백정으로부터 "도"에 대해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ㅎㅎ 이를 통해 장자는 "도"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며, 그렇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분별지智"로는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장의 내용은 각종 스포츠의 프로 선수들의 이야기에서 많이 나오는 내용들이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몸이 반응했다던가, 또한 나는 읽는 도중 만화 슬램덩크의 정대만의 "이젠 내겐 링밖에 보이지 않아"라는 대사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도"는 내가 어떤 것과 물아일체가 되는 경지에 다다르는 것으로, 이외로 가까이에 생활 곳곳에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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