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책이다.

삼국지를 알아가면서, 주인공 뿐만 아니라, 점점 여러 인물들에도 관심이 많아졌는데, 특히 사마의가 매력적이다.

 

그는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인내의 화신"이다. 

조조의 구박, 제갈공명과의 대결 등 온갖 시련을 다 이겨내고 결국 삼국시대를 종결짓는 인물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읽은 책의 제목처럼 "삼국지 최후의 승자"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종전의 사마의에 관한 책들과 내용은 비슷하다. 그가 얼마나 신중하며, 얼마나 잘 참는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다만 잘 알려진 몇몇 일화들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사적 기록들에 근거해 그의 일대기를 소설처럼 서술한다.

그래서인지 읽기도 매우 편하고, 분량 575페이지에 비해 읽기가 매우 수월하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은 발산하는 방식이다. 젊었을 때는 자신의 재능과 청춘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이 경우 나이가 들어서는 젊었을 때 빌어놓은 밑천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사마의의 인생은 수렴하는 방식이다. 사마의는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교훈을 차곡차곡 모았다. 눈덩이를 굴리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험과 교훈이 쌓이게 된 것이다. 석양이 차란한 이유는 온종일 햇빛을 거둬들이기 때문이다.

 

사마의의 삶을 정말 잘 묘사한 구절이다. 삼국지 영웅들이 젊은 나이에 군주의 눈에 띄고, 조금이라도 재능을 뽐내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사마의는 평생을 눈치보고, 조마조마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많은 영웅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그들보다 자기보전에 뛰어났으며, 결국 삼국지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다.

 

저자는 엄청난 분량의 책 속에서 사마의의 인간적 장점에 대해 서술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을 제공한다.

 

역사를 길게 늘여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갈량은 생전에 실패했지만 청사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겼고, 사마의는 생전에 성공했지만 후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삼국을 통일하는, 성공의 삶이었지만, 역사의 흐름안에서 그가 만든 "진"나라는 실패의 나라다. 아주 짧은 시간 존재하고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제갈량은 삼국통일에는 실패하였으나, 그의 고매한 이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루어지길 바랬던 것이어서, 그는 실패한 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적으로 기억되게 된다.

 

누구의 삶이 더 의미가 있는 삶인가? 인간은 역사를 생각하기에는 너무 짧은 삶을 산다. 그런 인간이 자신의 한 평생의 승리를 위해 사는 것과 자기 후세 사람들까지 생각해서 숭고한 삶을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위대한 삶인가? 많은 것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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